2025 태조 이성계 축제 살곶이 사냥행차 달빛 시네마

2025년 10월 25일, 성동구 살곶이 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린 ‘2025 태조 이성계 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조선 개국의 주역과 역사적 상징물 ‘살곶이다리’를 배경으로, 웅장한 ‘태조 이성계 사냥행차’ 재현과 ‘현대와 전통국악의 울림’ 공연, 그리고 가족형 야외 상영회 ‘살곶이 달빛 시네마’가 관객을 매료시켰다. 역사·공연·영화가 한 자리에서 어우러진 이번 축제는 소월아트홀에서 시작된 130여 명 규모의 퍼레이드, 평화취타대·더나린·연희앙상블 비단의 판굿, 박애리·고금성·남기문 국악단의 무대, 그리고 영화 ‘웡카’ 야외 상영까지 다채롭게 이어졌다. 살곶이벌과 마장, 그리고 보물 제1738호 살곶이다리에 얽힌 태조·태종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풀어낸 본 축제는 지역 정체성과 문화적 감흥을 동시에 선사하며 가을밤의 낭만을 완성했다.

2025 태조 이성계 축제, 살곶이에서 되살아난 역사와 자부심

성동구의 대표 지역 축제인 ‘2025 태조 이성계 축제’는 살곶이 체육공원과 살곶이다리를 중심 무대로, 공간 그 자체가 역사 서사가 되는 현장성을 탁월하게 구현했다. 살곶이는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의 갈등이 응축된 장소로, 함흥에서 돌아오던 태조가 아들 태종에게 활을 쏘았으나 빗나가 땅에 꽂혔다는 전승에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알려진다. 반석처럼 든든해 ‘제반교’로 불리던 보물 제1738호 살곶이다리는 조선 왕도 한양의 생활사와 군사·교통 동맥을 상징하며, 오늘날에도 지역 공동체가 기억을 공유하는 상징물로 넉넉히 기능한다. 축제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스토리텔링으로 촘촘히 엮어, 과거의 장면을 현재의 무대로 끌어들이고,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체험형 문화 장으로 재구성했다. 소월아트홀에서 살곶이 체육공원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역사 회귀’의 행렬로 설계되어, 관람객이 행렬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시대의 겹침을 생생히 체감하게 했다. 지역 예술단과 명창, 청년·가족 관객이 한데 모이는 구성은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부드럽게 확장했고, 주민 참여형 동네 축제의 따뜻함과 도시형 페스티벌의 완성도를 동시에 빚어냈다. 무엇보다 ‘성동 인(人), 살곶이 달빛 나들이’라는 부제 아래, 걷고, 보고, 듣고, 쉬는 네 가지 리듬을 촘촘히 배치한 운영이 빛났다. 역사 체험과 공연 감상의 몰입도는 높이고, 야외 휴식의 편안함은 살리며, 체류 시간을 자연스럽게 연장해 지역 상권과 관광 동선에도 긍정적 파급을 낳았다. 축제 일자와 장소, 스토리, 콘텐츠가 하나의 중심축으로 결속되면서, 성동구는 도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서울 동북권의 문화 허브로서 존재감을 부각했다.
그 결과, ‘2025 태조 이성계 축제’는 과거를 들여다보는 박물관적 관람을 넘어, 현재형 감각으로 다시 쓰는 생동의 역사 축제로 완결되었다.

웅장한 사냥행차, 소월아트홀에서 살곶이까지의 생생한 퍼레이드

오후 5시 30분, 소월아트홀 앞을 출발한 ‘태조 이성계 사냥행차’는 축제의 서막을 여는 절정의 장면이었다. 어가 행렬을 필두로 호위무사, 취타대, 민중 행렬이 약 130여 명 규모로 길게 이어지며, 한양대병원 사거리와 4차산업혁명 체험센터를 거쳐 주 무대인 살곶이 체육공원 축구장까지 약 1.5km를 장엄하게 관통했다. 노란색 전통 의상을 맞춰 입은 행렬단이 해질녘 바람을 가르며 잔디밭으로 입장하는 순간, 취타의 기세 좋은 북과 나팔 소리는 어둠과 빛, 과거와 현재가 맞물리는 힘찬 신호처럼 울려 퍼졌다. 이어 ‘전통 퍼포먼스 판굿’이 본격화되자, 평화취타대·더나린·연희앙상블 비단이 꽹과리·장구·북·징의 다층 리듬으로 광장을 뜨겁게 달궜다. 상모가 그리는 원과 곡선, 진풀이의 역동적인 동선, 타악의 응집된 박이 함께 만들어낸 에너지는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며 현장의 호흡을 한데 모았다. 판굿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공동체의 신명을 깨우는 의식처럼 진행되었고, 관객은 박수와 구호로 호응하며 하나의 거대한 합주를 완성했다. 구성의 속도감도 인상적이었다. 퍼레이드의 서사적 긴장감을 판굿이 받아 올리고, 이어지는 음악 공연으로 감정선을 확장해 지루함 없이 몰입을 유지했다. 퍼포먼스의 절정에서 대형 스크린에는 살곶이다리에 얽힌 태조와 태종의 서사가 영상으로 펼쳐져, 현장감에 해설의 맥락을 더했다. 관객은 눈앞의 연희와 스크린 속 이야기, 그리고 발밑의 역사 현장을 동시에 체험하며, 살곶이의 공간적 의미를 전신으로 체득했다. 축제는 이렇게 행렬-연희-스토리의 삼박자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사냥행차’가 역사 속 한 장면을 넘어 현재의 축제로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웅장함과 생동감, 그리고 따뜻한 참여의 감각이 절묘하게 교차한 순간이었다.

가을밤을 수놓은 달빛 시네마, 가족과 예술이 만나는 휴식

사냥행렬과 판굿의 흥이 잔잔히 내려앉을 무렵, ‘현대와 전통국악의 울림’이 무대의 결을 한층 더 섬세하게 다듬었다. 남기문 국악단이 ‘오색찬란’으로 운을 떼고, 살곶이다리의 역사 영상이 스크린에 겹쳐지자, 공간과 음악과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하나의 서사가 되었다. 소리꾼 고금성은 ‘뱃노래’와 ‘한오백년’, ‘강원도아리랑’으로 깊이를 더했고, 명창 박애리는 ‘쑥대머리’와 ‘사노라면’, ‘희망가’로 공명을 확장했다. 두 소리꾼이 ‘너영나영’을 함께 부르며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화합의 정수를 보여주었고, 전 출연진이 ‘밀양아리랑’과 ‘진도아리랑’으로 맺으며 감동의 파동을 멀리까지 전했다. 2부로 이어진 ‘살곶이 달빛 시네마’는 대형 스크린에 ‘가족과 함께하는 살곶이 달빛 시네마’라는 문구를 띄우고, 2024년 개봉작 ‘웡카(Wonka)’를 상영해 현장을 따뜻한 휴식의 장으로 전환했다. 잔디 위에 담요와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은 초콜릿과 팝콘을 손에 쥔 채 스크린을 올려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로알드 달 원작의 프리퀄인 이 작품은 마법 같은 상상력과 경쾌한 음악으로 가을밤의 낭만을 배가시켰고, 축제의 테마인 꿈과 도전을 품은 메시지로도 조용히 울림을 남겼다. 무엇보다 공연의 여운을 곱게 감싸는 영화적 시간 배치는 체류형 야외 축제의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관객은 뜨거운 흥에서 포근한 휴식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한밤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듯 문화의 감도를 차분히 끌어올렸다. ‘성동 인(人), 살곶이 달빛 나들이’라는 부제는 이 순간 비로소 완전해졌다. 역사와 예술, 일상과 휴식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도심 속 공원이 가장 아름다운 공연장이자 극장이 될 수 있음을 우아하게 증명했다.
살곶이의 달빛 아래, 축제의 밤은 그렇게 길고도 다정했다. 결론 ‘2025 태조 이성계 축제’는 살곶이다리의 유서 깊은 이야기와 ‘태조 이성계 사냥행차’ 재현, 판굿과 국악 무대, 그리고 ‘살곶이 달빛 시네마’까지 한 호흡으로 엮어낸 고품격 지역 축제였다. 역사적 현장에서 펼쳐진 퍼레이드의 장엄함, 명창과 연희단이 선사한 예술적 감동, 가족이 함께 누린 야외 영화의 포근함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성동구의 문화 정체성과 도시 브랜드를 선명하게 부각했다. 다음 단계로, 축제 공식 채널과 성동구 문화 홈페이지를 통해 차기 일정과 프로그램 공모, 자원봉사·시민 참여 모집 공지를 확인하길 바란다. 현장 관람을 계획한다면 대중교통 이용, 돗자리·담요·방한복 준비, 잔디 보호를 위한 간단한 피크닉 매트를 권장한다. 무엇보다 살곶이다리 일대의 역사 안내판과 주변 산책로를 함께 즐기며, 낮에는 유적을, 밤에는 공연과 영화를 만나는 하루 코스로 방문하면 축제의 매력을 가장 풍성하게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