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동대문에서 청계광장까지 약 3km를 걸으며 오간수교부터 수표교, 을지로 인쇄골목을 지나 인공폭포에 이르는 감각의 산책로가 도시 한복판에 어떤 쉼을 놓는지 확인했다. 낮은 수로로 내려서면 차량 소음이 물러나고 물결·바람·발걸음이 겹치는 청음의 순간이 펼쳐지며, 3억3,000만 명이 찾은 이유가 감각적으로 증명된다. 2025 청계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앞두고, 청계천 공공미술 빛과 물의 도시 쉼표가 어떻게 야간경관과 어우러져 일상 속 힐링과 관광 시너지를 만드는지 전망한다.
공공미술, 일상을 연결하는 장치
청계천의 힘은 거대한 기념비가 아니라 곁에 놓인 ‘적당함’에서 시작된다. 2025 청계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그 적당함을 정교한 경험으로 확장한다. 10월 1일부터 11월 31일까지 청계광장에서 광교에 이르는 구간에 설치될 작품들은 물길과 보행 동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멈춰 서서 사유하게 만드는 인터페이스로 작동한다. 오간수교 21번 출입구에서 한 뼘 낮은 세계로 내려서면, 평화시장의 활기와 분리된 채 물결과 바람, 발자국의 리듬만이 또렷해진다. 이곳에서 공공미술은 판넬이나 오브제를 넘어, 소리·빛·바람의 매개를 시각화하는 장치가 된다.작품은 장소의 기억을 세밀하게 호출한다. 수표교에서는 다리의 풍화된 질감과 현대식 입면이 대칭을 이루고, 여기에 설치 예술이 얹히면 시간의 층위가 촘촘해진다. 을지로 인근에서는 인쇄 잉크와 공구의 쇳가루 냄새가 작품 소재나 텍스처에 반영되어, 보행자는 후각과 촉각의 문장으로 도시를 ‘읽는다’. 징검다리 위에 선 아이에게는 작품이 놀이가 되고, 점심시간을 쪼개 나온 직장인에게는 몇 분짜리 명상이 된다. “10분 걷고 2분 서기”라는 시민의 조언은 전시 감상법이자 청계천을 체화하는 방법이다.
도시 전시는 동선 설계가 관건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청계광장 인공폭포의 강한 낙차음을 기점으로 완만한 수면, 다리 그늘, 벤치 구간을 따라 속도감을 달리하는 ‘리듬형’ 감상 구조를 제안한다. 빠르게 스쳐도 한 장면이 남고, 천천히 머물면 내러티브가 열린다. 가로형 캔버스 같은 수변벽, 다리 하부의 어둑한 아치, 갈대밭의 바람결은 작품에 살아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공공미술은 접근성이다. 위로는 카페와 편의점, 아래로는 물과 돌다리가 동시에 닿는 청계천의 구조는 전시의 허들을 낮춘다. 출근길의 우산, 산책용 텀블러, 관광객의 카메라까지 일상의 사물이 그대로 감상 도구가 되는 이유다. 이처럼 청계천의 공공미술은 ‘삶으로 스며드는 전시’라는 정의를, 수면 위 반짝임과 발걸음 사이의 호흡으로 완성한다.
빛으로 여는 밤의 기억
해 질 녘, 청계천은 빛의 전시장으로 변모한다. 다리 밑 그림자가 길어지고, 유리창에서 튕겨 나온 푸른 반사가 물결 위에 별처럼 흩어진다. 20주년을 기념한 야간경관 점등은 이 섬세한 반사와 잔광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인공폭포에 이르면 낙차의 굵은 소리가 도시의 잡음을 씻어내고, 물보라에 파편처럼 묻어난 조명이 미세한 프리즘을 만든다. 보행자 난간에 기대 선 실루엣은 작품의 배경이 아니라, 작품 그 자체가 된다. 보는 이와 보이는 것이 뒤섞이는 순간, 청계천의 밤은 기억의 밀도를 갖는다.빛의 설계는 과시가 아닌 균형을 지향한다. 광원이 과하면 수면의 표정이 사라지고, 부족하면 경로의 안전이 흔들린다. 청계천의 야간경관은 다리 하부의 간접광, 수면의 저각도 라인, 식생 사이사이의 숨은 포인트로 층을 쌓아 낸다. 이 레이어가 만들어 내는 명암 대비는 보행 속도를 자연스럽게 조절한다. 밝은 구간에서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두운 구간에서는 시선이 머문다. 그 리듬 위에 공공미술의 야간 작품이 얹히면, 빛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내비게이션이 된다.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지, 어느 틈으로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빛의 농도가 길을 말해준다.
사진가에게 밤의 청계천은 소리를 찍는 장소다. 물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리면 긴 노출 없이도 반사의 결이 살아난다. 발광체를 직접 정면으로 겨누기보다, 다리 아치의 곡면이나 수면의 켜에 우회시켜 담아내면 색이 번들거리지 않고 맑아진다. 특히 황혼 직후의 푸른 시간대에는 하늘의 채도와 수면의 반사율이 가장 잘 맞아, 사람 실루엣과 작품,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 프레임에서 조화를 이룬다. 야간경관은 언제나 현재형으로 흐르지만, 기록된 사진은 다음 방문의 이유가 된다. K-팝과 K-드라마로 한국을 찾는 여행자에게도 이 빛의 경관은 필수 코스가 됐다. 한 번의 산책이 한 편의 장면으로 남아, 도시의 밤은 다시 찾아가고 싶은 기억으로 켜진다.
물과 걷기의 리듬
청계천의 기적은 물이 다시 흐른다는 사실보다, 대도시에서도 자연적 리듬이 회복 가능하다는 믿음을 보여준 데 있다. 정수된 물이 한강에서 끌려와 10km를 흐르는 인공 하천이지만, 그 흐름은 의심할 수 없이 살아 있다. 가까이서는 물방울이 튀는 소리, 중간 지점에서는 잔잔한 물살, 멀리에서는 폭포의 낮은 울림이 겹쳐 도시만의 교향곡을 만든다. 보행자는 그 교향곡의 속도를 자신의 호흡으로 조절한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발끝의 탄력, 다리 그늘 벤치에서의 미세한 정적, 갈대 사이로 스미는 노을의 완만함이 산책의 박자를 쌓아 올린다. “10분 걷고 2분 서기”라는 리듬은 과장이 아닌 적당함의 미덕이며, 청계천을 제대로 ‘듣는’ 방법이다.이 리듬은 동선의 선택지에서 완성된다. 위로 오르면 카페·편의점·시장 골목이 있어 즉시 생활로 복귀할 수 있고, 아래로 내려오면 곧장 물과 마주한다. 업무 중 숨 돌릴 15분 산책, 여행자의 반나절 코스, 주말의 가족 나들이까지 일정의 밀도에 따라 산책의 길이와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 동대문에서 청계광장까지 약 3km 구간은 첫 방문자에게 추천할 만한 기본 루트로, 오간수교에서 시작해 수표교를 지나 인공폭포를 만나는 흐름이 전형적이면서도 다채롭다. 을지로 구간에서는 인쇄 잉크와 금속 가루의 향이 물길을 타고 번져, 도시의 후각 지도가 펼쳐진다. 갈대밭 가장자리에서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물결의 표정이 순간마다 달라진다. 반복 방문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3억 3,000만 명이 다녀간 산책로가 여전히 신선할 수 있는 까닭은, 물과 걷기가 매번 다른 공명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낯선 여행자에게는 새로운 도시의 첫인사가 되고, 인근 직장인에게는 점심시간의 회복제가 되며, 지역 상인에게는 일상의 배경 음악이 된다. 복원 전, 고가도로 아래의 어둡고 지저분한 기억은 이제 물빛의 반사로 바뀌었다. 청계천은 빠르게 소비되는 도시의 시간에 작은 쉼을 찍는 구두점이다. 공공미술이 더해진 2025년의 가을, 그 쉼은 더 선명해질 것이다. 물의 리듬은 우리에게 가장 인간적인 보폭을 되돌려 주며, 그 보폭이 모여 도시의 호흡을 만든다. 결론 청계천은 복원 20주년을 넘어, ‘빛’과 ‘물’, 그리고 ‘공공미술’이 한 몸처럼 엮이는 도심 산책의 완성형을 보여준다. 낮에는 소리와 바람이, 저녁에는 반사와 그림자가, 밤에는 점등된 야간경관이 감각의 층을 더한다. 오간수교에서 수표교, 을지로와 청계광장 인공폭포에 이르는 루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10분 걷고 2분 서기”라는 간단한 리듬만으로도 깊은 몰입을 선사한다. 2025 청계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10월 1일부터 11월 31일까지 청계광장~광교 구간에서 진행되며, 일상을 전시로, 산책을 사유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3억 3,000만 명이 남긴 발자국 위에 또 하나의 계절이 얹히는 순간, 청계천은 다시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호흡을 증명한다.
다음 단계로, 방문 일정을 정하고 자신만의 리듬을 설계해 보자. 출발점은 오간수교 21번 출입구가 편리하며, 해 질 녘부터 야간 점등까지의 시간대를 추천한다. 한 번은 카메라 없이, 한 번은 카메라와 함께 걸어보면 감각의 결이 다르게 다가온다. 행사 기간에는 공식 안내 지도를 확인해 작품 동선을 미리 체크하고, 되도록 2~3회에 나누어 구간별로 천천히 경험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청계천을 지나치게 된다면 잠깐의 여유를 허락하자. 물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 순간이, 분주한 도시의 숨결을 당신의 호흡으로 바꿔 줄 것이다.

